
사진은 빛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빛을 찾아서 부나방처럼 이리저리 헤매어 보기도 한다. 새벽 일출을 잡기 위해 바닷가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우리는 아주 중요한 것을 발견한다. 바로 일출 이전에 나타나는 여명이다.
빛은 없는데 동녘하늘의 붉고 노란색이 아주 우리를 신명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일출은 뒤로하고 전주곡으로 여명을 정신없이 촬영한 때도 있다. 그때 바다를 배경으로 화각을 넓게 잡을 경우 파도가 해변까지 밀려드는 장면을 잡을 수가 있다. 내 발끝까지 파고드는 파도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우리는 노출계에도 나오지 않는 노출을 잡으려고 셔터스피드를 이리저리 돌려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결국 셔터스피드는 아무리 올려 보려고 해도 5초 이하를 지시한다. 노출지시대로 촬영을 하면 포말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고 뿌연 안개만 나타나는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움직이는 피사체의 최소한의 형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셔터스피드가 허용하는 최소한의 셔터스피드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여명의 하늘은 차라리 삼각대로 고정을 하면 카메라에 내장된 TTL노출(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로 지시되는 수치에 따라 촬영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1초 이하의 셔터스피드에 움직임이 있는 피사체는 어떻게 촬영을 할 것인가. 우리는 일전에 ‘1Stop의 개념’에 대해서 공부한 적이 있다.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그리고 필름의 감도는 각각의 단계가 아주 질서정연하게 한 단계씩 서로 보완해 준다는 개념을 알고 있다. 여기서 셔터스피드의 1초 이하는 필름의 감도를 조절하여 셔터스피드의 최소한의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필름은 ISO(ASA)100. 자동카메라에는 200을 사용하라고 필름업자들은 방송광고를 한다. 그리고 비오고 흐린 날에는 감도400을 권장한다. 이렇게 감도가 한 단계 올라 갈 때 마다 셔터스피드는 한 단계 자유로워진다. 그래서 야간에는 감도를 올리고 촬영을 하는 이유가 셔터스피드를 확보하기 위한 작전이다. 자 이제 주변이 아주 어둡고 적막한 곳에 빛이 있고 움직이는 피사체를 찾아서 떠나보자. 장소는 달서구 대곡에 있는 수변공원으로 선택을 했다. 이곳은 보훈병원을 끼고 있으며 골이 매우 그윽하고 아름다워 중국의 무릉도원과 같다고 하여 도원골에서 유래를 찾는다. 이곳에 한국 최대의 음악분수대가 설치되어있어 한여름 삼복더위에 지친 시민들의 발걸음을 끌게 하는 곳이다. 주로 저녁시간을 이용해 정시에 음악과 함께 분수가 쇼를 하면 30분간 이루어진다. 밤 10시 30분에 공연을 중단하니 일반 직장인으로서 마니아들은 더할 수 없는 촬영장소이다. 처음부터 촬영 포지션을 잡지 말고 9시부터 시작되는 공연은 느긋하게 즐기자. 주변의 경치와 빛의 유입, 그리고 분수대의 활동반경, 그리고 분수대의 높낮이, 그리고 섬세하게 치고 달리는 분수의 흐름... 이렇게 관찰을 하면서 음악을 즐기다 보면 30분의 시간은 금방 동이 난다. 9시 30분부터 10시 사이의 시간은 카메라 셋팅시간. 삼각대를 고정하고 촬영위치를 대각선으로 잡아 흐름을 쉽게 잡았다. 위로만 치솟는 분수의 맛을 없애기 위해 발라드에 맞춰 춤을 추는 분수를 클로즈업했다. 노출은 셔터스피드를 최소로 확보하기 위해 감도 800으로 증감을 하니 셔터스피드는 1/8초를 유지했다. 산이 배경인데 너무 밝으면 나무가 나타나 군더더기 일 것 같아서 노출 부족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조리개는 f3.2. 형편이 되면 감도 1600으로 증감을 하고 셔터스피드를 1/15초로 활용하면 분수의 끊어지는 맛은 더 좋을 것 같다. 단지 입자가 거칠어 질 염려가 있는데 요즈음 카메라는 성능이 좋아서 그렇게 밉지 않은 영상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