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사진 잘 찍는 법 촬영 실제 12 이미지의 비교
사진 잘 찍는 법 촬영 실제 12 이미지의 비교
스포츠사진전문가 이주희
‘사람이 아니므니다.’
개콘의 ‘멘붕스쿨’ 갸루상이 외친다.
호된 분장을 하고 어눌한 몸짓으로 황당무계한 말을 좌충우돌로 쏟아낸다.
사람일진대 사람이 아니다.
보고 듣는 우리는 사람인대 정작 자신은 ‘사람이 아니므니다’를 외친다.
아 자신의 마음을, 정신적인 고충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보고 듣는 그대들은 사람이 아닌 것이다.
울림이 크다.
‘멘붕스쿨’의 인기 비결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우리 일상은 어떠한가.
아수라가 생각난다.
육도팔부중의 하나인 싸움을 일삼는 아수라의 지옥.
겪어 보지는 않지만 지금 이 세상이 아수라가 아닌지.
그래서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죄다 ‘사람이 아니므니다’로 남을 것 같다.
상처가 상처를 남기고, 악행이 악행으로 돌아서고, 앙갚음이 앙갚음으로 되돌아가는 세상,
어느 곳 하나 마음 줄 곳 없는 싸움판의 세상에서 나만 사람이라고 소리를 쳐 보아도 듣는 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나도 ‘사람이 아니므니다’라고 소리를 쳐보는 것이다.
사진은 은연중에 심중이 표현된다.
마음먹은 대로 각도가 만들어지고 눈의 관심이 이어진다. 초점이 맞추어 지고 노출이 결정된다. 밝음이냐, 어둠이냐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마음먹기 아닌가. 현장에서 마음을 다 잡아 카메라 화각을 잡아 본다.
먼저 촬영된 이미지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위의 사진은 경주삼릉계곡 선각육존불이다.
법의를 어깨에 걸치고 연꽃 대좌에 앉아 세상을 굽어본다. 경주 남산의 멋진 풍광을 안고 병풍처럼 둘러쳐진 두 개의 바위에 선각으로 불상을 새겼다.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마애불의 완성이다.
천년의 세월은 선각을 풍상에 내몰아 소리 없이 희미한 선으로 남겼다. 산을 즐기는 속인들은 무심하게 바위 한번 쳐다보고 앉기 좋다며 바위벽을 타고 오른다.
전망은 좋다. 마음도 시원하게 뚫린다.
부처가 속인들에게 보여주고픈 마음이리라.
아래 사진은 같은 삼릉계곡의 상부에 있는 상선암 마애불이다.
바위에서 굽어보는 모습이 선각육존불과는 다르다.
같은 로앵글인데 배경의 의미가 다르다.
상선암 마애불은 시원하다. 옆으로 살짝 비치는 불상의 모습부터가 다르다. 선각과 양각의 차이다. 그리고 암벽을 바라보는 느낌과 하늘을 바라보는 맛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미지의 비교를 이것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아수라 같은 세상에서 ‘사람이 아니므니다’의 행위를 보자.
한 무리의 속인들이 선각육존불 바위 위에 올라 앉아 세상을 구경하는 모습과 상선암 마애불 앞에서 합장하는 모습을 비교해 보자.
모두가 사람이다.
가정에서는 가장이고 엄마고 아내이다. 할아버지고 할머니다.
이 땅의 대를 이어온 사람들의 모습이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이 땅에 살았고,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이 땅에 살았다. 그 할아버지 중의 누군가가 이곳에 선각육존불을 남겼다.
결국 사람이 불상을 조각했고, 사람이 참배를 한다.
‘사람이 아니므니다’는 정신에 대한 사람을 말한다.
원칙에 입각하고, 배려를 하고, 비평을 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은 주관이 바로 서야 한다.
불의에 대해 공분을 할 줄 아는 것이 사람인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사람이다.